AI시대의 도래 — 4장 [권위의 상실 1]: 하나님의 권위가 벗겨지다
땅의 모든 생물은 사람 앞에 굴복했다. 마치 갈릴리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뒤집으려는 듯 휘몰아치던 바람이 예수님의 “잠잠하라” 한 마디에 굴복한 것처럼, 동물들은 아담이 불러주는 이름에 반응하며 그 다스림을 인정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은 그저 동물들을 아담 앞에 이끌어 오신 것뿐이었다. 아담은 하나님께로부터 입은 권위에 힘입어, 이 모든 생물들이 자신의 다스림을 받는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선악과: 창조주를 기억하는 장치
하나님이 아담에게 금하신 선악과는 단순한 금지 명령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을 다스리는 아담에게, 선악과는 “이 세상을 다스리는 자는 너이지만, 창조하신 분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였다. 온 세상 가운데 창조주의 권위와 능력을 위임받은 사람이지만, 그 권위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 눈앞에서 확인하게 하신 하나님의 배려였다.
그러나 아담은 그 하나님의 배려를 무시했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존재, 선악과를 먹는 순간, 하나님께서 입히신 권위는 사라졌다.
권위의 광채
성경에는 선악과를 먹은 후 “눈이 밝아져 벌거벗음을 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어쩌면 눈이 밝아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여하신 권위의 광채가 사라져 비로소 몸의 실루엣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출애굽기 34장에는 하나님과 대면했던 모세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세는 자기가 여호와와 말하였음으로 말미암아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나나 깨닫지 못하였더라 아론과 온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를 볼 때에 모세의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남을 보고 그에게 가까이 하기를 두려워하더니” (출애굽기 34:29-30, 개역개정)
하나님과 대면했던 모세에게 광채가 나타났고, 이스라엘 자손은 두려워하여 가까이 하지 못했다. 하물며 창조의 순간부터 하나님과 마주했던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에게는, 하나님의 광채가 온 몸을 덮고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태초부터 이 광채를 입고 있었던 사람에게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기에, 선악과를 먹기 전까지 그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광채를 꿰뚫은 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모든 동물들이 그 권위의 광채 앞에 굴복했음에도, 하나님이 지으신 동물 중에 가장 간교했던 뱀은 달랐다. 뱀은 어쩌면 사람이 하나님의 대리인일 뿐, 하나님 자신은 아니라는 그 본질을 꿰뚫고 있었는지 모른다. 뱀은 아담과 하와를 덮고 있는 권위의 광채를 뚫고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결국 뱀은 사람에게 부여된 그 광채를 벗겨 내고 말았다.
권위의 광채가 사라진 자리에는 벌거벗음이 드러났다. 창조주를 기억하게 하는 장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그 순간, 사람은 하나님의 권위를 입은 다스리는 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자신의 벌거벗음을 부끄러워하며 숨는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