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도래 — 6장 [권위의 상실 3]: 돕는 배필의 변화

5장에서 살펴본 창세기 3장 16절에는 임신과 출산의 고통 외에 또 하나의 변화가 담겨 있다.

“네가 남편을 지배하려고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 (창세기 3:16, 표준새번역)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하나님이 처음 여자를 지으신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에제르: 보조자가 아닌 돕는 자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8, 개역개정)

여기서 “돕는”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에제르(ezer)다. 이 단어가 성경의 다른 곳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하나님은 나를 돕는 이시며 주께서는 내 생명을 붙들어 주시는 이시니이다” (시편 54:4, 개역개정)

“여호와께서 내 편이 되사 나를 돕는 자들 중에 계시니” (시편 118:7, 개역개정)

같은 단어가 하나님이 사람을 도우시는 장면에서 사용된다. 신약에서도 동일한 개념이 보혜사(파라클레이토스), 즉 성령의 도우심을 묘사하는 데 쓰인다.

에제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보조하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있어 방향을 잡아주고, 일이 잘 되도록 이끌어주는 존재의 도움이다. 하나님이 남편에게 주신 아내는, 남편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땅을 정복하고 하늘과 땅과 바다의 생물들을 지혜롭게 다스릴 수 있도록 조언하는 존재로 지어진 것이다.

원래는 함께 받은 명령이었다

태초의 창조 순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28, 개역개정)

“그들에게”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동시에 복을 주시고,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함께 주셨다. 여자도 처음부터 이 땅을 다스리는 명령의 당사자였다.

타락 이후: 에제르에 경계와 제한이 생기다

그런데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이후, 여자에게 주어진 말씀은 달라졌다. “남편을 지배하려고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

원래 여자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남편이 바른 방향으로 땅을 다스리도록 이끄는 에제르였다. 그러나 타락 이후 여자는 하나님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편을 움직이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에제르가 지배욕구로 바뀐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하나님의 광채가 벗어진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보호 본능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나님은 이에 대해 남편이 여자를 다스리도록 명령하셨다. 마치 하늘과 땅과 바다의 생물을 다스리듯이. 함께 명령을 받은 동역자의 자리에서, 남편의 다스림 안에서 돕는 자리로 역할이 좁혀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징벌이라기보다 질서의 재설정이었을지 모른다. 타락으로 무너진 하나님의 권위, 흔들린 남편의 권위를 하나님은 보다 명시적인 명령으로 다시 세우려 하셨던 것은 아닐까. 에제르의 본래 역할, 즉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함께 세상을 다스리는 그 자리로 돌아오는 길을 열어두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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